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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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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06-07 10:23 조회6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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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Wha Chung plays Bruch violin concerto No.1 (1974)


브람스보다 5년 늦게 태어난 막스 브루흐는 자신이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슈만과 브람스가 바라본 음악적 지평선
따라가고 싶다는 열망은 브루흐의 작곡 스타일을 결정지었다. 멘델스존은 브루흐의
역할모델로서 작용했고 그는 자신이 멘델스존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는 열등감에
시달렸다.


멘델스존의 뒤를 잇는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작

그가 1864년부터 2년 동안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가 바라보는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로맨틱한 정서는 곡 전체를 끈적끈적하게 맴도는데, 바로
이 멜랑콜리함은 브루흐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고,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더구나 멘델스존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던 브루흐는 선배 작곡가의 로맨틱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연주에서 영감은 얻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협주곡은 1866년 4월 24일 브루흐 자신의 지휘와 오토 폰 쾨니히 슬뢰프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독일 코블렌츠에서 초연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작곡가가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수정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개정판은 1868년 1월 5일
카를 마르틴 라인탈러의 지휘와 요아힘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브레멘에서 초연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형태가 이 때 결정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작곡가의 대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브루흐는 요아힘처럼
지명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필요했다.


아마도 브루흐가 이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세 곡의 교향곡은 대부분 그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며 나머지 두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끔씩만 녹음될 뿐이다. 두 개의 현악 사중주나 [오디세이] 같은 오라토리오
작품 또한 같은 운명에 놓여 있다. 따라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라는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한 거대한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협주곡 1번을 제외한다면 [스코티시 환상곡]이나
첼로 작품인 [콜 니드라이]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작품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진 작곡가 브루흐의 명성

작품에 작곡가가 가려진 현상은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동안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비슷한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이 협주곡이 초연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20세기 초에 브루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 보자.


“저기 저들은 이곳 구석구석에서 내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 따위 인간들의 지긋지긋한
타령에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이나 훌륭한데 말이지. 제발
이제들 그만해줬음 좋겠어!”


브루흐에겐 좀 안된 얘기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만 멈출 수가 없다. 사실 브루흐가 존더샤우젠의
궁정악단 지휘자에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교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도
[협주곡 1번]의 성공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죽는 그 순간까지 브루흐는 [협주곡 1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이 패전하는
것과 새로운 조류의 음악인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초연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브루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가지 모두 그를 상심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자유로운 형식의 1악장은 대단히 화려하며 독주자에게 엄청난 기교를 요구한다. 목관악기가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아름다우며, 오케스트라의 역동적인 음악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마치 독립된 1악장이 아닌,
2악장의 서주 같아 보이는데, 발전부가 대단히 짧다는 사실과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이 하나의 동기를
교대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브루흐는 자유분방한 형식의 1악장 때문에 이 작품을 환상곡의 범주에 넣으려
했었다.



2악장 - 아다지오

 서정적인 세 개의 주제로 전개되는 아다지오 악장은 물안개가 자욱한 호숫가를 은은하게 흘러가는
배의 움직임의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전체적으로 갈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뒤덮고 있으며 약음의 섬세한
활 쓰기가 요구된다. 감수성 어린 2악장은 명상적이면서 어떤 애틋함의 기운이 느껴진다.



3악장 -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행진곡 스타일의 활기찬 리듬이 인상적인 이 악장은 제2주제는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G현으로 연주된다.
제1주제는 3도의 기교적인 더블 스톱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고 곳곳에서 집시의 기운이 느껴질 만큼 흥겨움과
떠들썩함이 코다의 장엄함으로 이끌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의 치열한 경합이
대미를 장식한다.

글/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콰이어 & 오르간』『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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