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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교향곡 93번(Haydn, Symphony No.93 in D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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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09-26 20:32 조회2,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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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dn, Symphony No.93 in D major

하이든 교향곡 93번

Franz Joseph Haydn

1732-1809

Trevor Pinnock, conductor

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

Queen Elizabeth Hall, London

2011.10.21


Trevor Pinnock/OAE - Haydn, Symphony No.93 in D major

 
 

헝가리의 귀족 가문 에스테르하지가를 위해 30년 가까이 궁정음악가로 일해 온 하이든은 갑자기 영국에 갈 기회를 얻었다. 그가 오랫동안 모시던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1790년에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은 파울 안톤은 하이든의 지위와 연금은 그대로 둔 채 많은 일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 문화가 번성하던 런던에서는 하이든의 새 교향곡을 원했고 하이든은 런던의 대규모 청중을 위한 대작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12곡의 교향곡은 ‘런던 교향곡’ 혹은 ‘잘로몬 교향곡’*이라 불리며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이든의 초기 교향곡들과는 달리 12곡의 런던 교향곡에는 모두 트럼펫과 팀파니가 들어간 대 편성을 취하고 있는데다 하이든의 다양한 작곡 기법이 총망라된 대작들이다. 아마도 ‘런던 교향곡’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이든의 천재성이 집약된 ‘런던 교향곡’ 시리즈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은 그의 교향곡 93번부터 교향곡 104번에 이르는 12곡을 가리키지만 작품번호와 작곡 순서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교향곡 93번은 ‘런던 교향곡’ 12곡 중 세 번째 작품으로 1792년 2월 17일 런던의 하노버 스퀘어 콘서트 룸에서 초연될 당시 매우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교향곡이다. 당시 영국 언론은 앞 다투어 하이든의 새 교향곡에 찬사를 보냈다.

어떤 음악평론가는 “매우 특별한 장점이 있는 작품이며 하이든의 대담한 상상력이 불붙는 듯하다.”고 썼고, <오라클>지는 하이든이 “놀라운 힘에 사로잡혔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고 기록했으며, <타임스>지에는 “매 순간 탁월한 개성이 나타나 청중뿐 아니라 연주자들까지 영감을 전해주며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는 평이 실렸다. 그러나 정작 하이든 자신은 이 교향곡의 4악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개정하려고 시도했다. 하이든이 이 교향곡을 헌정한 마리아 안나 폰 겐칭거 부인에게 보낸 1792년 3월 2일자 편지를 보면 4악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당신에게 바치는 이 교향곡의 악보를 보내지 못해 매우 죄송하고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 악장을 좀 더 낫게 고쳐야 해서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악장은 1악장에 비해 너무 약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금요일 이 교향곡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이 곡이 청중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더군요.”

하이든이 교향곡 93번의 4악장을 개정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도 당시 수많은 일거리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하이든에게 4악장을 수정할 시간은 없었을 것 같다. 아무튼 하이든이 불만스러워했던 교향곡 93번의 4악장에 대해서는 오늘날의 음악학자들도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는 다소 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 2, 3악장이 워낙 탁월하기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오늘날 하이든의 교향곡 93번은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 93번이 초연된 런던 하노버 스퀘어 가든.

대담한 진행, 유쾌한 풍자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아사이

1악장의 느린 서주는 평범하게 시작하는 듯하지만 그 진행 방식은 매우 대담하다.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D장조의 으뜸음을 강한 포르티시모(ff, 매우 강하게 연주하라는 뜻의 강약 기호)로 시작하며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이윽고 현악기만 남아 매우 부드러운 소리의 여린 피아노(p, 여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강약 기호)로 차분하게 답변하며 전형적인 교향곡의 서주답게 진행되는 듯하다. 그러나 1마디에서 갑자기 이 곡의 중심 조성인 D장조에서 벗어나 갑자기 D장조보다 반음 높은 E플랫장조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간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진행이며 하이든 당대의 음악 작품에선 매우 드물고 대담한 진행 방식이다. 아마도 1악장의 서주는 당대 청중에게도 신선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느린 서주에 이어 빠른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 매우 빠르게) 섹션이 시작되면 하이든의 정교한 작곡 기법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현악기가 편안한 찬송가 풍의 음악으로 주제를 제시하는데, 그 음악은 다소 평범한 느낌이다. 그러나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톡톡 튀는 반주를 배경으로 제1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제2주제는 하이든 특유의 발랄하고 경쾌한 재치로 가득하다. 3박자의 느낌이 강하게 살아나는 이 주제는 어떤 면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춤곡 렌틀러*와 비슷하기에, 가만히 듣고 있으면 춤을 추고 싶은 느낌마저 든다. 1악장 중간 부분에 여러 음악적 아이디어들은 매우 정교하게 발전해 가고 있어 어떤 이들은 1악장이 ‘과학’ 그 자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교향곡 93번의 1악장은 하이든이 얼마나 지성적인 음악가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2악장: 라르고 칸타빌레

반면에 2악장은 ‘풍자가’로서의 하이든의 개성을 보여준다. 2악장은 매우 느린 라르고(Largo)의 템포로 설정돼 있어 특이하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놀랍게도 현악4중주 연주로 시작한다. 하이든은 2악장의 첫 부분을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만으로 연주하게 했다. 교향곡이란 본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이기에 이런 식의 도입은 매우 신선하다. 이런 의외의 도입은 마치 “여기를 봐주세요!”라고 말하듯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이윽고 하이든은 마치 헨델의 관현악곡처럼 트릴과 부점리듬이 들어간 옛날 스타일의 음악을 거창한 어조로 선보이며 옛 음악을 풍자하기 시작한다. 하이든의 풍자는 2악장 뒷부분에서 절정에 달한다. 2악장이 마무리되기 얼마 전 목관악기 중 가장 저음을 연주하는 바순이 매우 큰 소리로 무례한 음을 소리 내며 우스꽝스런 농담을 건넨다. 그 코믹한 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교향곡이 하이든의 또 다른 ‘놀람’ 교향곡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당대에도 하이든의 위트가 잘 드러난 2악장을 매우 인기가 있어 앙코르 요청을 받기도 했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로

3악장은 하이든이 작곡한 미뉴에트 가운데서 매우 독창적인 음악으로 손꼽힌다. 이는 특히 중간 ‘트리오’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서 트럼펫과 팀파니의 공격적인 팡파르와 현악의 조용하면서도 단순한 응답은 특별한 느낌을 자아낸다. 조성 역시 매우 대담하게 변화하고 있어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서나 가능한 감정의 격변마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음악학자는 이 곡이 낭만주의 음악의 시초라고 말하기도 한다.

4악장: 피날레. 프레스토 마 논 트로포

하이든이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4악장은 비록 지나치게 긴 연결구로 인해 형식의 약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종결부가 매우 화려하고 활기에 넘치고 있어 교향곡의 결론으로 손색이 없다.

*잘로몬 교향곡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12곡이 ‘잘로몬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까닭은 런던의 공연기획자이자 바이올린 주자인 요한 페터 잘로몬(Johann Peter Salolmon)의 제안에 의해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12곡의 교향곡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렌틀러(Ländler) 오스트리아 고지대에서 추던 춤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등의 작곡가들이 랜틀러 양식의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Haydn, Symphony No.93 in D major

Frans Brüggen, conductor

Orchestra of the 18th Century

De Vereeniging, Nijmegen

1986.11


추천음반

1. 콜린 데이비스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Philips

2. 안탈 도라티와 필하모니아 훙가리카, Decca

3. 로저 노링턴과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Hänssler

4. 아담 피셔와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 Nimbus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2.03.05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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