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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교향곡 96번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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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10-21 13:38 조회1,9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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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dn, Symphony No.96 in D major 'The Miracle'



하이든 교향곡 96번 ‘기적’

Franz Joseph Haydn

1732-1809

Ton Koopman, conductor

Orquesta Sinfónica de Galicia

Palacio de la Ópera de A Coruña

2016.01.22


Ton Koopman/Orquesta Sinfónica de Galicia - Haydn, Symphony No.96 'The Miracle' (기적)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1791년 3월, 하이든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무대로 모습을 드러내자 런던 청중들은 거장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무대 바로 앞까지 몰려들었다. 하이든의 새로운 음악을 듣기를 열망했던 그들은 하이든의 등장에 한껏 들뜰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무대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연주 홀 중앙은 텅텅 비어 있었다. 드디어 하이든의 신작 교향곡의 연주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하이든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홀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샹들리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홀 중앙의 샹들리에가 떨어졌음에도 중상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만일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이 하이든을 보기 위해 앞쪽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면 최소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참변을 당할 뻔했다. 그때 한 사람이 “기적이다! 기적이야!”라고 외쳤다. 이로 인해 그날 연주된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에는 ‘기적’이란 부제가 붙게 되었다.

이것이 하이든의 첫 번째 전기 작가인 알버트 크리스토프 디에스가 하이든 전기에 소개한 ‘기적’이란 부제의 유래다. 그러나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음악회에서 샹들리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1795년 2월 2일에 교향곡 102번이 연주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기적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곡에는 여러 음악 양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하이든의 독창성이 기적처럼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2악장 앙코르를 요청한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

교향곡 96번은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한 12곡의 ‘런던 교향곡’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하이든은 이 교향곡을 1791년에 완성해 그해 3월 11일에 런던의 하노버 스퀘어 룸에서 초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공연은 하이든의 첫 런던 연주회였으나 정확히 어떤 곡이 연주됐는지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단지 하이든의 새로운 대 교향곡이 연주되었다는 기록만 있다. 많은 학자들이 당시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날 하이든의 1789년 작품인 교향곡 92번과 더불어 하이든의 신작 교향곡 96번이 연주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 연주회에서 교향곡 96번의 느린 2악장은 청중의 요청으로 다시 한 번 연주되었다. 이는 런던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로, 하이든의 음악이 런던 청중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명을 주었는지를 알려준다. 하이든의 일기장을 보면 그날 공연에서 런던 청중들이 3악장 미뉴에트도 앙코르 요청을 했으나 하이든이 이를 거절했다고 나와 있다. 사실 교향곡에서 작곡가가 음악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는 악장은 1악장과 4악장이지만, 당대 런던 청중들은 간주곡 풍의 2, 3악장에 더 끌렸던 모양이다. ▶하이든은 런던에서 최고 인기 작곡가로 통했다.

하이든은 교향곡 96번에서 클라리넷을 제외한 목관악기를 2대씩 편성한 2관 편성에 호른 2대뿐만 아니라 트럼펫 2대와 팀파니를 넣어 화려하고 축제적인 팡파르 풍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악장은 특히 매우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19세기의 악보 편집자들에 의해 하이든의 악보가 왜곡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악보에 따라서는 1악장 서주에 하이든이 의도하지 않았던 팀파니 연주가 추가되거나, 1악장에 추진력을 부여하는 트럼펫의 공격적인 성격이 약화되어 있다. 또한 2악장에서 하이든이 특별하게 사용한 팀파니 연주를 삭제하거나 3악장 미뉴에트의 3째 마디 마지막 박자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g음을 g#으로 바꾸어버린 악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발매되고 있는 하이든 교향곡 음반의 대부분은 하이든의 본래 의도를 살린 원전 판을 따르고 있다.

희극적인 유머와 폭발적인 비극의 공존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런던 교향곡’ 12곡의 거의 모든 교향곡이 그러하듯 교향곡 96번의 1악장 역시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서주는 전체 오케스트라가 D장조로 장엄하게 3음을 연주하며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작은 소리로 8분음표 3개가 연주되며 다음 선율로 이끈다. 이 3개의 8분음표는 언뜻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1악장 전체를 통일하는 요소가 된다. 이 3음은 서주뿐만 아니라 빠른 알레그로 템포의 주요부에서도 제1주제를 이끌어가며 음악적 추진력을 부여한다.

서주에서는 특히 첫 주제가 처음에는 D장조의 긍정적인 느낌으로 제시되다가 다시 반복될 때 d단조의 슬픈 느낌으로 탈바꿈해 특이한 느낌을 준다. 애수 띤 d단조의 오보에 솔로로 서주가 마무리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명랑한 D장조의 빠른 알레그로 주요부로 진입한다. 그 순간 낮은 소리의 목관악기인 바순의 짧은 음형은 코믹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준다. 허를 찌르는 하이든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1악장 중간 부분의 클라이맥스 역시 단조로 되어 있어 매우 독특하며, 중간 중간 예기치 않은 휴지부가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1악장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역시 장엄한 D장조가 아닌 d단조로 비극으로 폭발한다. 만일 교향곡을 희극이나 비극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은 그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두 가지를 다 합친 ‘희비극’이라 해야 할 것 같다.

2악장: 안단테

2악장 안단테는 3부 형식으로 전체 구조를 볼 때 ‘A-B-A’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 A부분 안에는 첫 주제에 의한 변주들이 펼쳐진다. 반면 B부분은 좀 더 심각한 푸가 풍의 음악이 나타난다. 한 성부가 다른 성부의 멜로디를 뒤따르며 복잡한 텍스추어를 만들어내는 동안 바흐 시대의 옛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18세기 런던의 세련된 음악 청중이라면 2악장의 A부분은 현대 음악, B부분은 옛 음악으로 파악하며 대조의 미학을 느꼈을 것이다.

옛 음악과 새 음악이 공존하는 2악장의 종결부에는 뜻밖에도 제1, 제2 바이올린 수석들의 2중주와 목관악기의 카덴차가 나타나 더욱 흥미를 끈다. 연주시간 6분 남짓한 짧은 음악에 이토록 여러 가지 음악 양식이 무리 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기적적이다. 아마도 이 곡이 발표될 당시 2악장이 앙코르로 연주된 것도 이 악장의 이런 특별함 때문이었으리라.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3악장 미뉴에트는 급한 음계와 금관의 팡파르 리듬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중간 트리오 부분에선 수석 오보이스트가 활약한다. 이 특별한 오보에 솔로는 당시 영국의 잘로몬 오케스트라에 있었던 비르투오소 오보이스트인 윌리엄 토머스 파르케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4악장: 피날레. 비바체

4악장 피날레는 처음의 주제가 계속 되돌아오는 론도 형식의 음악이다. 4악장의 론도 주제는 당시 유명하고 대중적인 멜로디였다고 전해진다. 중간에 단조의 비극적인 음악이 끼어들기도 하고, 여러 성부가 서로 얽힌 복잡한 음악이 나타나기도 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Haydn, Symphony No.96 in D major 'The Miracle' (기적)

Christopher Hogwood, conductor

Academy of Ancient Music

Kingsway Hall, London

1983.09

 
추천음반

1.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 궁 음악가들, naive

2. 아담 피셔와 오스트로 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 Nimbus)

3. 에두아르트 판 베이눔과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Naxos)의 세심하고 정감 넘치는 연주는 하이든 교향곡 96번의 세심한 부분까지 돋보이게 한다.

4. 토머스 페이와 하이델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Hänssler)의 음반은 다소 과격한 음악 해석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교향곡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한다.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2.05.0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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